올 한 해, 여행과 레트로에 열광 했죠.

모그커뮤니케이션즈 정원희 디렉터

행복이 가득한 집 (2019.12)
글 류현경 기자 | 사진 김규한 기자

오늘날 광고의 영역은 제품이나 브랜드를 알리는 데 그치지 않는다. 문화와 예술을 결합해 고유의 아트워크를 만들고, 트렌드를 좇기보다 그 흐름을 주도해나간다.
이런 창의적 세계의 중심에 선 모그커뮤니케이션즈.
그들이 말하는 최고의 무기는 ‘본질과 진정성’이다.

얼마 전, 전주한옥마을의 외진 골목 어귀에 1980년대식 극장이 들어섰다. 복고풍 간판이며 포스터부터 녹색 포니 택시가 대기 중인 승강장, 보리건빵을 파는 매점, <투캅스>를 틀어주는 상영관까지, 마치 과거로 회귀한 듯 묘한 풍경이 펼쳐졌다. 지난 8월부터 두 달간 무려 12만 명의 관람객을 동원한 이곳은 현대자동차 헤리티지 팝업 스토어인 ‘현대극장’. 이 공간에 관한 첫 아이디어부터 설계, 운영, 마케팅까지 모든 것을 책임진 회사는 광고 종합 대행사인 모그커뮤니케이션즈(이하 모그)다.
사실 모그는 면면이 신기한 회사다. 간단히 ‘광고 회사’라 정의하기엔 경계를 오가는 작업이 너무나 많다. 선보이는 영상을 보면 영화 제작사 같고, 기획한 음악을 들으면 음반 제작사 같은데, 또 보유한 특허는 온통 최첨단 테크놀로지다. 지난해 월드컵 때 코엑스 광장에 설치한 ‘팬 파크’며 올여름 양양 서퍼비치를 달군 ‘코크 레트로 비치’, 바로 얼마 전 지구를 살리는 마라톤으로 주목받은 ‘아이오닉 롱기스트 런’은 또 어떤가. 한 회사의 작업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여러 융.복합적 프로젝트들. 그 걸음 걸음 함께해온 모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정원희 부대표를 만났다.

우선 모그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콘텐츠 중심으로 캠페인을 진행하는 회사입니다. 스토리를 개발하고 그 위에 아트워크를 입힌 뒤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접목해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어왔죠. 최초의 3D 뮤직비디오와 VR 콘텐츠를 비롯해 단편영화, 음악, 페스티벌, 대규모 캠페인에 이르기까지, 기획부터 모든 단계를 직접 진행하고 있어요.

단순한 광고를 넘어 고유의 아트워크를 만들어왔다는 점이 인상 깊습니다. 오늘날의 광고란 이미 대중이 생각해온 범위를 훨씬 넘어선 듯합니다.
맞아요. 그렇게 변화하지 않으면 지금의 광고 회사는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요. 모그는 2009년부터 콘텐츠 중심으로 캠페인을 만들어왔어요. 많은 사람이 광고 콘텐츠를 동영상 정도로만 생각하는데, 사실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진정성이거든요. 만약 어던 소비자에게 페스티벌 형태로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데, 기획자나 회사가 페스티벌을 한 번도 진행해본 적이 없다면 어떻게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겠어요. 음악과 미술, 영화, 테크놀로지 역시 마찬가지에요. 그러니까 모그라는 회사의 본질은 A부터 Z까지 ‘다 하는 것’이에요.

캠페인 설계 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우선 브랜드에 대한 본질을 찾고, 진정성 있는 가치를 깨달은 뒤, 그것을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선 어떤 방법이 필요한지를 연구하죠. 이 모든것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하는 데 설계의 중심을 두고 있어요. 사실 현대극장 프로젝트만 해도 처음 시작할 땐 자동차를 건물 안에 넣고 싶지 않았어요. 자동차가 있어야 할 공간은 어쨌든 도로가 아닐까 싶었거든요. 그래서 거리를 설계했어요. 현대자동차가 과거부터 우리에게 친근했고, 자랑스러운 브랜드였다는 사실을 약 50m 거리 위에 모두 꺼내놓고 싶었죠. 그러다 여러 가지 현지 사정으로 시공이 무산되면서 모든 작업을 처음부터 다시 했는데, 그 결과가 현대극장이에요. 전 시대의 흐름이란 결국 사람에게서 비롯한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대부분의 아이디어를 사람에게서 찾아요. 지금 사람들이 무엇에 열광하고 있고, 어디에 가장 많은 시간을 쓰며, 어떤 옷을 입는지… 이 시대에 연령대는 큰 의미가 없어요. 오히려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누리는 사람인지가 중요하죠.

특히 현대극장과 코크 레트로 비치가 주목받은 건 ‘여행’과 ‘레트로’라는 트렌드가 자연스레 녹아들었기 때문인 것 같아요
맞아요. 사실 모그는 트렌드를 예민하게 좇으며 콘텐츠를 만들어오진 않았어요. 레트로 콘셉트를 녹여내는 작업의 경우, 그들 각 브랜드가 ‘헤리티지’를 갖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어요.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전 그 작업에 레트로를 접목하지 않았을 거에요. 여행도 마찬가지에요. 여행에 대해 분석하다 보니, 오늘날 여행을 즐기는 이들의 패턴을 알게 됐어요. 이를테면 어떤 낯선 공간에 갔는데 나와 취향이 비슷한 낯선 사람을 만났을 때 많은 이가 행복함을 느낀다고 해요. ‘코크 썸머 트립’프로젝트는 이런 자료를 토대로 시작했어요. 풀장에서 함께 영화를 감상하는 풀 시네마 파티, 열기구를 타고 페스티벌을 즐기는 벌룬 인더 스카이, 감성적 여름 여행을 떠나는 레트로 비치까지, 포인트는 여행의 ‘낯선 설렘’이죠.

모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신년 계획을 듣고 싶네요.
2020년에도 의미 있는 광고 크리에이티브를 만들고 싶어요. 어떤 브랜드를 만나든 지금처럼 본질과 진정성을 잃지 않는 게 중요할 것 같고요. 저는 인디 뮤지션 두 팀과 페인팅 아티스트의 프로듀서로도 활동하고 있어요. 주로 그들이 어떤 콘셉트로, 어떤 작업을 하면 좋을지 함께 의논하며 방향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죠. 이것도 제겐 크리에이티브의 한 영역이거든요. 참고로 지금은 영화와 음악을 연결해 매월 영화와 음악을 릴레이로 발표하는 프로젝트를 기획 중이에요. 페인팅 아티스트 박수지와 함께 전시도 준비하고 있고요. 내년 1월엔 전시를 오픈할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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